값은 드릴 만큼 다 드릴 터이니...... Caritas100016
[ 사회복지사로 말씀 듣기 00016 ]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가 죽었다.
이방인들이 사는 동네에서 거류민으로 살고 있던 아브라함,
그는 아내를 안장할 땅 한 평, 무덤으로 쓸 동굴 한 자락이 없는,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날아온 돌, 타성바지였다.
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 권위, 영향력을 지녔던 듯 싶다.
이는 창세기의 여러 귀절의 기록을 미루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아브라함을 향한 히타이트 주민들의 반응 역시 이를 짐작케 한다.
나리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제후이십니다.
우리 무덤 가운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 고인을 안장하십시오.
나리께서 고인을 모시겠다는데, 그것이 자기 무덤이라고 해서 나리께 거절할 사람이 우리 가운데는 없습니다.
(창세 23,6)
[ 통용되는 무게로 달아 ......] (창세 23,16)
아브라함의 힘이 얼마나 컸던지,
타성바지 아브라함에게 텃세부리지 않고, 자기들이 준비한 무덤을 그냥 내주겠다 한다.
히타이트 사람 에프론은 (......)
사람들이 모두 듣는데에서 아브라함에게 대답하였다.
"제가 그 밭을 나리께 그냥 드리겠습니다. 거기에 있는 동굴도 드리겠습니다.
내 겨레가 보는 앞에서 그것을 드릴 터이니,
(......)
은 사백세켈짜리 땅이 저와 나리 사이에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창세 23,11.15)
하지만, 아브라함은 결코 그냥 받지 않았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있다.
아브라함은 자신이 가진 영향력, 힘에도 불구하고 공짜라고 넙죽 받지 않았다.
"제발 그대가 나의 말을 들어주기를 바랍니다.
밭 값을 드릴 터이니 받아주십시오.
그래야 죽은 내 아내를 거기에 안장할 수 있겠습니다."
(......)
아브라함은 (......) 에프론이 밝힌 가격 은 사백 세켈을
상인들 사이에 통용되는 무게로 달아 내어 주었다.
(창세 23,16)
아브라함은 늘 그랬다.
위험에 처한 롯을 구하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승리했지만, 승자의 전리품을 챙기지 않았다.(창세 14,17~24)
우물 문제로 아비멜렉과 시비가 일었을 때도 자기가 판 우물임에도 소유권을 위한 값을 치렀다.(창세 21,22~33)
[ 세상에 공짜는 없다 ]
살아오면서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 고맙고 감사하다.
통장에 딸랑 100만원 정도가 가진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가방끈 길다고, 공부는 많이 했는데 사회생활, 직장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전공이 아니라는 이유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갓난 아이들을 둔 30대 중반의 가장......
철가방도 들어봤고, 막노동도 기웃거려봤다.
그러면서도 공부하는 것 밖에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 시절을 지나오면서 은근히, 대놓고 공짜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고, 바래기도 했다.
그리고 크고 작은 도움도 많이 받았다.
세월이 지나면서 허리를 조금씩 펴면서 百分之一도 되지 못하지만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있었다.
살아가면서 다 갚을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물론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속담을 아프게 경험하기도 했다.
사실 지금도 퇴직금과 집을 담보잡혀 마련한 돈으로 새 일을 준비하면서
또 그런 공짜를 바라는 마음이 고개드는 모습을 내 안에서 본다.
사랑하는 아내, 사라를 안장을 무덤을 마련하는 아브라함,
그의 모습은 지난 날, 그리고 지금의 나를 또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이제 Caritas, 이 나라 사회복지, 그리고 나 자신에게
또 하나의 질문,
자성인 동시에 고발하고픈 마음으로 이는 분노의 질문이 일어난다.
언제까지 사회복지종사자들에게 희생과 헌신의 열정페이로 값을 치를 것인가?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전문대 이상의 학력과 학위, 거기에 덧붙여 별도의 자격취득 양성과정을,
일의 과정과 결과는 최상, 최적의 질을 요구하면서
그 대가는 생존권 유지 수준의 최저임금으로 값을 치르면서?
땀 흘려 일한 대가를 나눠
귀한 마음과 뜻을 담아 낸 후원금, 봉사는
통용되는 무게로 달아 값을 내어주고 있는가?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처우수준을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보수수준에 도달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의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지워놓고 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장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매3년 마다 그 실태로 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이를 근간으로 제정된 시·도는 물론 시·군·구의 조례는
과연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
언제까지 사회복지사협회는 대통령, 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의원들에게
법적 권리의 보장 요구가 아닌 적선하듯 처우개선을 부탁해야 하나?
운영주체를 비영리로 한정지으면서
부족한 제공시설, 인프라의 확충을 위한 시설설치, 준비비는 지원하지 않은 채
운영주체 자부담을 요구하고,
이를 위한 재정보존의 길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현실......
이 현실에 창세기는 이렇게 말한다.
"값은 드릴 만큼 다, 통용되는 무게로 달아 내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