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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야기/복음의 빛으로...

가죽옷(창세 3,21) - Caritas 100004

[ 사회복지사의 말씀듣기 00004 ]

 

"주 하느님께서 사람과 그의 아내에게 가죽옷을 만들어 입혀주셨다."(창세 3,21)

 

caritas는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개인의 실천하는 德으로 愛德을 뜻한다.

 

가톨릭 윤리신학에서

德이란

하느님, 신앙을 향한 올바른 지향으로 끊임없는 실천과 노력으로 습관처럼 몸에 베인 태도, 행동,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따라서 애덕이란 단순한 자선행위를 훨씬 넘어서는 살아있는 마음에, 몸에 벤 사랑이다.

삶을 통해 끊임없이 실천하고 쇄신하는 자신을 향한, 이웃을 향한, 하느님을 향한(루카 10,27) 사랑의 德이다.

 

다른 하나는 가톨릭교회의 조직화된 자선행위, 그러한 교회 활동을 하는 조직체를 지칭한다.

그 목적은 하느님의, 그리스도의 구원, 그 복음을,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 즉 볼 수 있고 체험할 수 있게 드러내는데 있다.

독일어 국가에서 이러한 교회활동을 가톨릭은 Caritas, 개신교는 Diakonie로 칭하고 있다.

 

어쨋든, 두 가지 의미 모두 하느님으로부터 출발하고, 하느님을 향하고 있다.

 

창세기 3장의 설화를 사회복지사로서 이런 관점에서 들어본다. 

신학을 논하고자 하는 것도, 성서해석을 논할 마음이나 생각없다.

사회복지사로 이 설화에서 묘사된 아담과 하와, 사람을 향한 하느님의 행동에 주목한다.

그 행동에서 사회복지실천의 방향과 방법을 반성하기 위해서다.

 

첫째, 가죽옷(창세 3,21)을 입혀주셨다.

아담과 하와는 부끄러움을 가리기 위해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두렁이를 만들어 입었창세 3,7)

하느님은 허술한 나뭇잎 가림막 대신 가죽옷이라는 보호막을 만들어 입혀주셨다.

 

둘째, 죄에 대한 처벌은 뱀부터......

설화는 죄의 출발을 뱀의 간교한 꾐으로 묘사하고 있다. 

죄에 대한 하느님의 처단 역시 그 줄기를 타고 들어가 그 출발이자 원인인 뱀으로주터 시작한다.

 

셋째,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너는 먼지이니......"(창세 3,19)

죄 짓기 전에는 손 하나 까딱 안해도,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먹을 것이 천지였고, 홀딱 벗고 다녀도 긁히지도 다치지도 부끄럽지도 않았을까?!

그랬을수도 있다. 

그랬건 아니건 모든 거 다 주니까, 이름붙일 권한도, 동산의 온갖 것도 마음대로 하라고 주니까

하늘높은 줄 모르고 진짜 마음대로 까불었던 것이다.

그러다 다쳤다. 스스로도, 상대에게도, 상처를 입히고 다쳤다.

그 상황과 결과를, 그리고 자신의 현실과 위치를 알려준 것일 뿐이다. 

 

이 세가지를 사회복지실천 용어로 바꾸어볼 수 있다.

가죽옷,

최근 우리나라 사회복지전달체계 개편, 그 필요성이자 목적이 되었던 말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안전망, 사회안전망!

Caritas 실천은

하느님이 아담과 하와에게 가죽옷을 입혀주신 것처럼

보호가 필요한,

자신의 탓이든, 타인의 탓이든, 환경의 탓이든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불편하고 위축된 현재 상황의 원인을 찾아 그 역동적 맥락을 이해하고 그것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지금,  눈에 보이는 상황만 주목할 때,

우리는 흔히 말하는 희생자 비난 이데올로기에 휩싸여

보호받아야 할, 구원받아야 할, 부끄러움으로 나무 아래로 숨어 움츠린 사람을 탓하고 지탄하며

어줍잖은 측은지심의 동전 몇 닢 던지는 행위를 계속할 것이다.

그걸 愛德이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클라이언트가 실제 자신의 실재(reality)를 정확하고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너는 먼지이니......"(창세 3,19)라는 말씀을 

현대 사회복지실천 용어로 바꾸어보면 "직면"이 될 것이다.

무엇을 직면한다는 말일까?

교류분석의 개념과 기술(skill) 용어를 차용해보면,

이상적 자아(ideal I)와 실제 자아(real I)를 구분하고 

실제 자아를 인식할 수 있도록 직면시키는 것일 것이다. 

이를 통해

타인, 환경과의 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아담이 "아내의 이름을 하와라"(창세 3,20) 하였듯이......

아들러가 인생의 과제를 자신에게서 출발하여 타인에게로 향하는 일, 관계, 사랑으로 설명하고,

자립의 의미를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서 출발하여 타인에게로 향하는 사랑의 관계, 공동체 감각을 가지는 것이라고 한 것 역시 이러한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