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봄이 한 창이던 어느 날.
마당 은행나무 아래,
어르신들께서 삼삼오오 둘러앉아
소소한 삶의 이야기,
지나온 기억의 새김들을 나누시던
은행나무 그늘.
7년 가까운 시간을 지나,
이제는 옛날 직원으로,
방문객으로,
어르신들을 찾은 지난 3월 어느 날
마당은 더 세련돼 보였다.
시원한 그늘을 주던 은행나무는
홀로 설 힘이 없었는지
둘레에 목발을 짚고 서 있었다.
두런두런 삶을 나누는 자리에는
조그만, 예쁘게 꾸며진 계단이 생겼다.
성모상 앞에는 제대와 야외무대가 생겼다.
이뻐보인다.
그러나 차마 앵글에 담지 못한
은행나무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일으키는 것은
나 혼자만의 마음 속에 회한일까?
나의 오늘,
그 중 많은 부분은 어르신들께서
열어주신 눈과 귀, 깨임의 시간들이었음을 고백한다.
직원으로 사는 동안
속 썩이고, 잘못한 일들이 수없이 많았건만
수년만에 찾아 온 나에게
"고마워. 한 번 가면 안 와. 와줘서 고마워"
죄송하고 감사하기만 하다.
이 세상에서 허락된 남은 시간까지
하루라도, 한 나절이라도, 한 시간이라도
더 피어나는 봄처럼 희망의 설레임으로,
다시만남의 기뿜으로
세상의 묻혀진, 들춰진 단면이 아니라
귀한 어르신으로 그렇게 존중받고
무엇을 위해서가 아닌,
어르신의 오늘과 함께 웃는 사람들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램을,
내가 다 채우지도 못할 바램일지라도
바램을 가져본다.
할매, 할아버지.
이제는 그렇게 부를랍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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